[정의]

전라남도 순천시 송광면 신평리 송광사에 있는 고려시대 자정국사 일인의 부도.

[건립 경위]

송광사 자정국사 묘광탑의 건립 경위를 구체적으로 알 수 있는 내용은 전해지지 않고 있다. 다만 고려시대 수선사(修禪社) 법주(法主)는 이전의 법주가 입적한 직후나 입적 직전에 후임자에게 인계되었다. 이러한 것으로 보아 송광사 자정국사 묘광탑은 1301년(충렬왕 27) 자정국사(慈靜國師) 일인(一印)이 입적한 직후에 현 위치에 건립되었을 것으로 보인다.

[위치]

송광사 자정국사 묘광탑은 순천 송광사 경내에서 서편으로 있는 자정암(慈靜庵) 또는 불일암(佛日庵)으로 불리는 암자에서 북동쪽 50m 지점에 있다.

[형태]

송광사 자정국사 묘광탑은 사각형 지대석을 3단으로 마련한 다음 낮은 중대석이 결구된 기단을 올렸다. 중대석과 상대석은 같은 돌로 치석 하였으며, 하대석과 상대석은 연화문을 장식하였다. 상대석 상면은 괴임대 없이 수평으로 치석 하여 가운데에 팔각의 탑신석[탑의 몸체]을 올렸다. 탑신석은 팔각 석주형으로 좌우 너비보다 상하로 길쭉하게 치석 하였다. 그래서 탑신석은 부도의 전체 높이나 기단부 높이에 비하여 높아 세장하고, 전체적인 외관이 다소 불균형적인 인상을 주고 있다. 이러한 치석과 결구 수법은 송광사 2세였던 송광사 진각국사 원조탑(眞覺國師 圓照塔)부터 나타나기 시작하였는데, 송광사 출신 16국사의 부도에서 일반적으로 채용된 기법이었다.

탑신석 남면은 사각형[43.5×10.5㎝]으로 구획한 후 ‘자정국사묘광지탑(慈靜國師妙光之塔)’이라고 새겨 주인공을 알 수 있도록 했다. 옥개석은 하부에 팔각의 탑신석이 끼일 수 있도록 낮은 홈을 마련하였다. 처마는 수평을 이루고 있으며, 지붕 상부 낙수면의 끝부분과 처마가 만나는 부분을 높게 치석 하였다. 낙수면은 기왓등과 기왓골의 표현이 분명하며, 합각부에는 마룻장 기와까지 표현된 마루부가 처마까지 유려한 곡선을 이루며 내려가도록 했다. 송광사 자정국사 묘광탑 마루 끝에는 살짝 돌출된 귀꽃을 표현하였다. 상륜부는 옥개석[지붕돌] 정상부에 1단으로 낮게 상륜받침을 마련하여 그 위에 8엽의 복련문이 장식된 복발형[엎어놓은 그릇 모양의 장식] 받침을 올렸다. 또한, 원형으로 된 너비가 좁은 보륜석을 결구하였으며, 그 위에 원형으로 상부가 뾰족한 연봉형 보주석[탑의 가장 꼭대기에 위치하는 부재로서 구슬 모양]을 올려 마무리하였다.

[현황]

순천 송광사와 주변 암자에는 현재 순천 송광사 출신 16국사의 부도 9기가 남아있다. 송광사 자정국사 묘광탑은 산의 능선을 깎아 평평하게 대지를 조성한 다음 부도 주변으로 석축을 쌓아 건립하였다. 현재 송광사성보박물관에는 자정국사 묘광탑에서 출토된 청자상감 국화문 사리합[지름 15㎝, 높이 7㎝]이 소장되어 있다. 청자상감 국화문 사리합은 그릇 몸체와 뚜껑으로 구성되었다.

[의의와 평가]

송광사 자정국사 묘광탑은 외곽에 곡담(曲墻)처럼 담을 쌓았는데, 이러한 조영법은 보호시설이라는 의미도 있지만, 부도가 승려의 무덤인 묘탑이라는 인식이 있었음을 시사해 준다. 송광사 자정국사 묘광탑은 선대의 송광사 출신 국사들의 부도와 양식이 비슷해 동일 장인집단에 의하여 설계 또는 치석 되었으며, 사자상승(師資相承)에 따라 스승의 부도 양식이 그대로 전승되어 건립되었음을 알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