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목 ID | GC07301236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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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자 | 姙娠中禁忌 |
영어공식명칭 | Taboo During Pregnancy |
분야 | 생활·민속/민속 |
유형 | 의례/평생 의례와 세시 풍속 |
지역 | 전라남도 해남군 |
시대 | 현대/현대 |
집필자 | 이옥희 |
[정의]
전라남도 해남 지역에서 임신부나 그 가족이 가리는 음식이나 행위.
[개설]
사회가 유지되려면 사회 구성원의 재생산이 기본적으로 계속 이루어져야 하기에 임신과 출산은 사회적으로 필수 불가결한 중대한 일이었다. 임신 중 금기는 임신을 하고 출산에 이르는 동안에 지키고 조심해야 할 사항들이 금기의 형태로 관습화되어 온 것이다.
임신부는 임신 사실을 안 순간부터, 옷이나 음식을 일상적인 것과 분리하고 몸가짐과 마음가짐도 바르게 해야 하는데, 그렇기에 임신 중 금기는 먹지 말아야 할 음식과 하지 않아야 할 행위로 크게 정리할 수 있다. 임신 중 금기는 아이에게 좋지 않은 영향을 줄 것으로 예상하는 행동을 가리고 출산 후에 아이가 훌륭하게 성장할 수 있도록 태교로써 도우려는 것이다.
[연원 및 변천]
임신부나 그 가족이 태어날 아기의 건강을 위해 애쓰고 조심하는 것은 예나 지금이나 같다고 할 수 있다. 음식이나 말과 행동은 물론이고, 장소, 마음가짐에 이르기까지 가리고 조심하여야 건강하고 바른 아이가 태어난다는 신념은 크게 달라지지 않았고 시대적 환경의 변화에 따라 구체적인 실천 내용이 달라졌을 뿐이다. 다만, 임신 중 금기를 두고 현대 사회와 전통 사회를 비교한다면, 음식의 경우에는 예전에는 먹지 말아야 하는 음식이 많았으나 지금은 먹어야 하는 음식이 많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으며, 민속적 관념에 따른 금기 말고도 의학적 지식에 따른 금기들이 많아졌다는 점도 다르다.
[절차]
1. 음식과 관련된 금기는 아래와 같다. 금기시된 음식물을 먹으면 비정상적인 태아를 분만하게 된다고 믿어 임신부는 이를 철저히 지켰다.
자라 고기를 먹으면 아이의 발이 뒤집히고 목이 움츠러들며 손발이 자라와 같이 된다.
상어 고기를 먹으면 피부가 거칠어지고 뼈가 물러지며 근육에 무가 난다.
문어 고기를 먹으면 뼈 없는 아이를 낳는다.
게를 먹으면 수족이 게 발처럼 오그라들며 게처럼 옆으로 간다. 분만 때 옆으로 나와 난산한다.
오리고기를 먹으면 손발이 오리처럼 되고 아장아장 걷는다.
닭고기를 먹으면 피부가 닭살처럼 되고 풍이 생겨 종기가 심하다.
비둘기를 먹으면 장성하여 결혼한 후에 자식이 적다.
계란을 먹으면 말이 더디다.
토끼, 오징어, 두 쪽 된 과일, 개, 굽은 오이, 떨어질 과일을 먹지 않는다.
들이나 골짜기에 고여 있는 물을 마시면 뱀이나 올챙이를 낳는다.
식초를 먹으면 뼈가 물러진다.
남의 생일 음식을 먹으면 귀염을 못 받는다.
2, 행위와 관련된 금기는 아래와 같다. 만일 금기를 지키지 않으면 임신부의 건강, 출산에도 영향을 미치고 아이에게도 좋지 않다고 여겼다.
개나 돼지, 뱀 등 생물을 함부로 죽이지 않는다.
불이 난 것을 보면 아이의 성격이 불같이 급해진다.
초상난 집에 가면 젖이 적어진다.
같은 달에 한 집에서 두 아이를 낳는 것은 좋지 않다.
해산달에 아궁이를 고치면 언청이나 벙어리를 낳는다.
해산달에 임산부가 붉은 치마를 입거나 띠를 두르면 아이가 범죄인이 된다.
임부는 밭에서나 길가에서 오줌을 함부로 누지 않는다.
머리카락을 자르면 태아에게 가위 자국이 나거나 단명한다.
생(生)대나무를 태우면 젖꼭지가 벌어진다.
높은 곳에 오르거나 높은 곳에서 물건을 내리면 유산한다.
그릇을 깨면 발이 벌어진다.
[생활 민속적 관련 사항]
해남 지역에서 전하여 온 임신 중 금기를 살펴보면, 유감주술(類感呪術)[바라는 바를 닮은 대상의 모습·행동을 따라서 하면 소원을 이룰 수 있다고 믿는 민간 신앙적 관습]의 성격이 강함을 알 수 있다. 임신 중에 먹은 음식이 지닌 특성과 유사한 아이를 낳게 된다는 관념은 주술적 관념인데, 건강한 아이를 출산하고자 하는 희망이 투영된 결과라고 할 수 있다.
‘들이나 골짜기에 고여 있는 물 마시지 않기’와 ‘밭이나 길가에서 오줌 누지 않기’와 같은 금기에는 과학적 사고가 깃들어 있다고 할 수 있다. 또한, “같은 달에 한 집에서 두 아이를 낳는 것은 좋지 않다.”라는 관념과 “초상 난 집에 가면 젖이 적어진다.”라는 관념에는 탄생과 죽음에 대한 경외가 투영되어 있다고 할 수 있다. 탄생과 탄생이 동시에 일어나거나 탄생과 죽음을 동시에 만나게 되는 상황을 피하려는 의도인 것이다.
임신 중 금기는 임신부만 지키는 것이 아니라 가족들도 함께 동참한다는 점에서 고통을 분담하고 태어날 아기를 맞아들일 준비라고 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