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목 ID | GC04300013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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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야 | 지리/인문 지리 |
유형 | 개념 용어/개념 용어(기획) |
지역 | 경기도 양주시 장흥면 석현리 산101 일원 |
시대 | 현대/현대 |
집필자 | 한정수 |
특기 사항 시기/일시 | 1986년 12월 27일 - 국민관광지 지정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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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기 사항 시기/일시 | 1992년 3월 6일 - 조성 계획 재조정 |
소재지 | 장흥관광지 - 경기도 양주시 장흥면 석현리 산101 일원 |
[개설]
장흥관광지는 서울의 북서쪽 약 17㎞ 지점에 위치하고 있다. 동쪽으로 의정부시, 서쪽으로 고양시, 파주시와 인접하고 있다. 수도권 제1순환고속도로가 연결되면서 서울과 더욱 가까워졌다. 잠깐 마실 나왔다가 차 한 잔의 대화를 나누고 귀가해도 충분해질 만큼이나 가깝다. 여유가 있다면 북한산 국립공원의 산과 계곡, 아름다운 예술 문화를 즐길 수 있는 1일 휴양지로 찾을 수 있다. 양주시 장흥면 석현리를 중심으로 골짜기를 끼고 도는 계곡은 풍광이 아름다우며, 이곳 일대는 예부터 밤나무골이라 하여 밤나무가 울창했다. 소나무와 갈참나무들은 어우러지면서 숲을 형성하고 있다. 계곡물은 북한산 깊은 골을 타고 흐르는 것이라 수질이 좋은 곳으로 유명하다. 주변 사적 및 관광지로 중종의 비 단경왕후(端敬王后)를 모신 양주 온릉(溫陵), 북한산 국립공원 송추유원지, 일영유원지, 기산유원지 등의 관광 명소가 2~4㎞ 근방에 위치하고 있다.
[여행을 떠나요, 즐거운 마음으로~]
회사원 김장흥 씨, 평범한 30대 초반 샐러리맨이다. 행복한 결혼을 꿈꾼다. 그러기 위해 결혼 자금을 열심히 모으는 중이다. 동료들은 자린고비라 뒤에서 뭐라 하지만 개의치 않는다. 그런 그이지만 자신도 그런 생활에 싫증이 나기 시작하고 뭔가 답답함을 느낀다. 뭔가 마음의 전환이 필요한 시간이 있었으면 한다.
미술관 큐레이터를 꿈꾸는 신양주 씨. 그녀는 대학원 석사 과정에 재학 중이면서도 미술 작품 구상과 전시 해설을 위한 스토리 구성을 위해 노력 중이다. 하지만 창작은 역시 어렵다. 더구나 예술적으로 표현한다는 더욱 어렵다. 남들은 보면 감탄하겠지만 그러기 위해 준비하는 시간이 거의 무한대이다. 그런 그녀는 학교에서의 시간이 아닌 뭔가 특별한 시간을 가지고자 한다.
김장흥 씨와 신양주 씨는 서로 떨어져 있지만 거의 동시에 홀린 듯이 인터넷을 검색한다. 그들의 검색 조건은 간단했다. 서울에서 하루 이내, 문화와 예술, 휴식, 맛과 음악, 자연과의 대화 등이었다. 네티즌 추천 여행 장소는 많았다. 그런데도 그들 눈에는 벌써 20~30년 동안 사람들이 찾았던 장흥관광지가 각인되고 있었다.
[누구라도 그러하듯이]
신양주 씨가 장흥을 선택한 이유는 알고 보면 너무나 단순했다. 장흥이 양주시에 있었기 때문이었다. 이름과 연관된 것이 묘하게도 그녀를 끌어당긴 것이다. 김장흥 씨가 장흥을 선택한 것도 무의식적인 것이었지만 같은 이유였다. 김장흥 씨는 기름값 때문에 아끼던 애마를 아침 일찍부터 광이 나도록 닦았다. 시동을 건다. 부르릉~ 경쾌하다. 그리고 수도권 제1순환고속도로를 올라탔다. 내비게이션 속 아가씨는 친절하지만 너무나도 사무적이어서 귀에 거슬렸다.
신양주 씨는 전철을 탔다. 3호선 구파발역까지 갔다. 1번 출구로 나오니 바로 36버스가 연결되고 있다. 한 번 시간을 재본다. 20분 정도 지나니 벌써 장흥이다. 북한산, 도봉산, 사패산 자락들이 이어지는 것이 서울 도심을 벌써 잊게 한다. 그녀는 석현리에 내렸다. 김장흥 씨는 장흥톨게이트를 빠져나와 석현리에 넓게 조성된 주차장에 일단 차를 세웠다. 내려 보니 모든 게 시원하게만 느껴진다. 앗! 그러는 사이 주차한 차가 슬금슬금 뒤로 밀리고 있었다. 그런 차 뒤로 서서 산세를 느끼고 있던 신양주 씨는 약간의 가속이 붙은 차 뒤 범퍼에 몸이 밀리면서 “아얏” 하고는 쓰러졌다.
김장흥 씨는 깜짝 놀라 재빨리 바퀴에 돌을 밀어 넣어 차를 정지시켰다. 그리고는 급히 쓰러진 여자에게 다가선다. “괜찮으신가요?” 다행히도 그녀는 약간 놀랐을 뿐 찰과상조차도 없었다. “괜찮습니다.”라고 하는 그녀를 보면서 김장흥 씨는 뭔가 설레임이 느껴졌다. 그것은 내색하지 않았지만 신양주 씨도 마찬가지였다. 이상하게 꼬이면서 만난 그들이었지만 어쨌든 실수가 있었던 김장흥 씨는 그녀를 부축하였고, 사과의 시간을 달라고 요청했다. 신양주 씨는 혼자 온 상태였기에 사고로 인해 혹 무슨 탈이 생길까 염려가 되었다. 그래 이참에 신세 좀 지지 뭐…… 이런 생각을 가졌다.
[낭만 여행의 시작]
허리와 다리를 움직여 보니 별다른 이상은 느껴지지 않았다. 그래도 낯선 사람과 잠깐이나마 동행하길 허락한 자신에게 속으로 놀랐다. 그런데 이 남자, 가만 보니 꽤 괜찮아 보인다. 처음으로 온 장흥관광지 안내도를 함께 보았다. 장흥관광지에 대한 설명이 좀 딱딱하게 쓰여 있다. 장흥관광지 조성의 내력과 관련해서는 “국민들의 건전한 여가 생활과 휴식 공간을 조성하기 위해 1985년 교통부에서 국민관광지 기본 계획을 수립하고, 1986년 12월 장흥면 석현리 일대 39만㎡를 국민관광지로 지정 개발하였고, 급증하는 여가 수요에 따라 1992년 3월 계획 면적 변경의 조성 계획이 추진된 이래 현재 6차 변경까지 하였다.”라고 한다.
신양주 씨는 ‘1985년이면 내가 태어난 해네’ 하고 속으로 생각한다. 그런데 한쪽으로 1970년대에 일영봉, 장군봉, 챌봉 등 높고 낮은 산자락에서 나오는 계곡과 밤나무 숲이 있어 소풍과 피서지 장소로 이용되었다는 대목을 보고 김장흥은 묘한 일체감을 느낀다. 어쨌든 멋지게 그려진 안내 지도를 보면서 장흥관광지를 돌아보기 전부터 설레임이 생겼다. ‘그럼, 어떻게 가는 것이 좋을까’ 하고는 머릿속으로 코스를 짜보고 식사는 어떻게, 차는 어떻게 할까 고민한다.
그러다가 김장흥 씨는 옆에 서 있는 신양주 씨에게 묻는다. “어떻게 갈까요?” 하니 그녀는 너무나도 당연하다는 듯이 “발로 가지요.”라 한다. 그래, 여행을 왔으니 최소한 여기서라도 걸으면서 많은 것을 보고 느끼고 대화해 보는 것도 괜찮겠지? 내일은 일요일이니까 늦게까지 자도 될 테고. 그리고 저만치 가는 그녀 뒤를 따라간다. “저기 잠깐 인사도 나누고 일정도 얘기할 겸 조 앞에 보이는 청암민속박물관 쪽으로 갈까요?” 하니 그녀도 “네” 한다.
잠시 앉아서 시원한 캔커피를 사서 뚜껑을 따 건네준다. “제 이름은 김장흥입니다. 회사원이고 강남 쪽에서 일하고 있습니다.”, “네, 안녕하세요. 저는 미술을 전공하는 대학원생입니다. 이름은…… 신양주라고 합니다.” 이렇게 인사를 하고 나니 서로 얼굴을 쳐다보며 킥하고 웃는다. 세상에 ‘양주’와 ‘장흥’이라니…… 참으로 공교롭구나 싶다. “자, 그럼, 오늘 일정은 여기 청암민속박물관부터 시작할까요?”라고 김장흥 씨는 제안한다. 잠깐의 휴식과 긴장이 풀리자 힘이 솟는다.
먼저 청암민속박물관을 둘러본다. 옛날 물건들을 정말 많이도 모았다 싶다. 게다가 옛날 사는 모습도 잘 재현되어 있다. 귀엽고 볼이 통통한 미니어처들과 탈들을 보면서 서로 웃는다. 점점 가까워진 듯하다. 청암민속박물관을 나오니 피자성 효인방이 보이고, 이국적 중세 성의 모습을 한 산수인이 보인다. 효인방은 배고프지 않아 들어가기 이른 것 같고 산수인은 둘이 가기엔 규모가 크다. 발길을 돌려 나온다. 조금 걸어 올라가 보기로 했다. 오른쪽으로 두리랜드가 보인다. 회전목마, 우주전투기, 스윙거, 바이킹 등이 보이긴 하지만 아직 친숙하지 않은 둘이 가기엔 무리이다. 그래도 눈여겨 봐 둔다. 뭐가 있는지를……
이제 약간 땀이 난다. 조금 쉬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앗, 그런데 신양주 씨의 눈에 보이는 것이 그녀를 자극했다. 장흥아트파크라고 쓰여 있다. 아~ 그렇구나 싶다. 그녀의 표정이 변하는 것을 본 김장흥 씨는 그녀에게 일단 배가 출출해지자 휴식 겸 레스토랑에 들어가자 제안한다. 그러고 보니 빨간소라는 이름이 눈에 들어온다. ‘금강산도 식후경’인데 그래야겠지라 생각하면서 2층으로 따라 올라가 앉는다. 그런데 이 남자, 그녀에게 의자를 빼주고는 앉는다. ‘매너 있네!’ 속으로 말한다.
[내가 찾던 그 곳, 문화예술의 공간들]
함께 스파게티를 시켰다. 맛있었다. 그러나 느껴지지 않았다. 신양주 씨는 장흥아트파크를 둘러볼 생각에 젖어 있었고, 김장흥 씨는 그런 그녀를 훔쳐보느라 정신이 없었기 때문이었다. 약간의 포만감에 젖었다가 별 말없이 그녀가 일어서려 한다. 김장흥 씨는 그동안 한 번도 하지 않았던 행동을 여기서 한다. 다시금 의자를 빼주고는 계산서를 들고 카운터로 가 계산하였다. 스스로도 생각한다. ‘허~ 내가 왜 이러지?’ 그래도 뭔가 마음은 상쾌했다. 그녀는 고맙다면서 이따가는 자기가 맛있는 커피를 사겠다 한다.
그녀의 발걸음은 2층짜리 멋있는 미술관으로 향하였다. 아름답고 아름다운 그림들이었지만 김장흥 씨는 오히려 그림 설명을 하는 신양주 씨가 더 아름답게 느껴졌다. 미술관을 나와서는 복합 문화 단지 아뜰리에로 간다. 그녀는 자신도 좀 더 예술 작가의 길을 걸을 생각이라 훗날 지원해 볼 것이라는 의지를 보였다. 그리고 그와 함께 넓은 부지 위에 조성된 조각 공원으로 향한다.
자신이 아는 많은 작가들의 작품이 있어 친숙함이 느껴졌다. 그 감상에 젖다 보니 어느 샌가 김장흥 씨와 손을 잡고 있는 자신을 발견하고는 화들짝 놀랐다. 내색치 않고는 약간 새침하게 ‘예술-자연-인간’을 주제로 한 조각 공원의 내용과 작가들에 대해 얘기하였다. 아는지 모르는지 그는 미소만 지을 뿐이었다. 산과 푸른 하늘, 숲과 나무, 잔디 위에 놓인 조각품들이 원래부터 그 자리에 있었던 것인냥 그저 정지된 듯 서 있었다.
[장흥, 그가 맛보려 했던 것]
인터넷을 검색하면서 김장흥 씨는 장흥관광지가 정말 매력적이라는 생각을 했다. 기본 정보를 보니 이런 내용이 있었다.
“장흥관광지는 개명산을 정점으로 좌측에 황새봉 및 앵무봉과 우측에 일영봉 사이로 흐르는 석현천의 울창한 산림과 시원한 계곡을 중심으로 휴식 및 운동 공간과 음식점과 카페가 자리 잡고 있다. 또한 인접하여 기산저수지와 마장저수지의 수변 공간을 중심으로 낚시 공원, 향토 음식점, 카페 등의 볼거리와 즐길 거리가 넘쳐나는 기산유원지와 북한산 국립공원의 공릉천(恭陵川)을 중심으로 운동 및 휴식을 취하며 딸기, 포도 등 싱싱한 과일을 맛볼 수 있는 송추유원지가 있다. 특히 장흥관광지의 이색적인 분위기의 카페들과 다양한 토속 음식점들이 밀집되어 있는 카페촌은 가족 단위 나들이나 연인들의 데이트 코스로 각광 받고 있다.”
이런 말도 안 되는 곳이라니! 그런데 자신에게 가장 큰 문제를 생각하니 그런 감탄은 금방 사그러들었었다. 헌데 이제 자신에게도 뭔가 좋은 일이 생길 것 같다는 느낌이 든다. 바로 장흥관광지에서.
그는 장흥아트파크와 조각 공원을 나와서는 그녀를 조금 앞서 걷는다. 그러면서 뒤돌아보며 말한다. “양주 씨, 얼른 오세요.”라고. 그러자 그녀는 “장흥 씨, 같이 가요.”라 한다. 뭔가 닭살 돋는 느낌이다. 그런데 왼쪽 위로 보니 잘 정돈된 권율 장군 묘가 보인다. 행주대첩의 주인공, 그분의 묘소라니. 옳다구나 싶어 하면서 그녀에게 그는 임진왜란 당시 행주대첩의 전공에 대해 설명한다. 특히 여성들의 힘을 강조, 또 강조하였다. 그들은 묘소 앞까지는 못 올라갔다. 다만 봉분을 보면서 약간의 경건한 마음을 가졌다. 이렇게 좀 걷다 보니 땀이 조금씩 난다. 굳이 말하자면 날씨가 초겨울에 접어들었는데, 봄날처럼 따스했던 탓도 있었다.
김장흥 씨는 사실 장흥에 오면 반드시 먹고 싶은 것이 있었다. 바로 토종닭 백숙이었다. 이 곳 일대에서는 여름철 계곡에서 발 담그고 먹는 백숙이 일품이라는 얘기를 수없이 들었던 때문이었다. 하지만 초겨울인데다 혼자서는 먹기 어려워 포기하고 있었다. 그런데 이제는 혼자가 아닌 둘이었다. 그래서 그는 저 앞쪽에 보이는 산장을 가리키며 어떠냐는 듯한 표정을 지었다. 그를 본 그녀는 아직은 어색한지 나중에라고 얼버무렸다. 할 수 없었던 김장흥 씨는 멋쩍어하면서 그냥 다시 걸었다.
마음과 몸을 식히기 위해 그녀 앞에서 그는 인터넷에서 봤던 장흥자생수목원으로 향하였다. 말 그대로 장흥자생수목원은 돌이 있어야 할 곳엔 돌이, 나무가 있어야 할 곳에는 나무가, 꽃이 피어야 할 데에는 꽃이 있는 곳이라는 소개를 본 기억이 났다. 그곳을 보면 자연스레 안정과 휴식도 취할 수 있을 것이라고 그녀에게 소개하니 좋아한다. 장흥자생수목원에 들어가니 생각보다 엄청나면서도 감탄사가 연발되었다. 백 년 넘은 잣나무 숲, 오솔길과 원시림, 쉼터가 있었던 것이다. 겨울철로 접어들었는지라 야생화는 찾아보기 어려웠지만 더 아름다운 꽃을 보는 것으로 대신하였다. 숲속 쉼터에 앉아 둘은 잠깐의 정적이 지난 뒤 일상의 일을 이야기했다. 회사 이야기, 학교 이야기 등등. 그래도 이러다 보니 조금은 가까워진 듯했다.
[가족이 되어 온다면 얼마나 좋을까]
잠시 그녀에게 기다리라고 한 뒤 그는 저 앞에 보이는 장흥자생수목원 내 카페에 가 허브차를 사온다. 따뜻한 허브차를 마시면서 그녀는 그를 다시 본다. 왠지 순수해 보인다. 호감이 간다. 허브향이 들이켜지자 마음이 열려지는 듯하다. 허브 때문일까, 수목원 때문일까, 아님 옆에 있는 서로 때문일까? 이러고 있는 사이 주위는 벌써 어둠이 내리려는 듯 그림자가 옅어진다. 문을 나서면서 김장흥 씨는 다시 한번 용기를 가다듬고는 그녀에게 장흥숯불가마가 추위를 이기는 데 최고라 하면서 가자고 하였다. 그녀도 추웠는지라 마지못하는 척 동의하였다.
토요일이라 그런지 사람들이 엄청 많았다. 그래도 기왕 온 거 꿋꿋하게 버팅겨 입장하였다. 사람들이 어색해하는 그들을 보고는 말한다. 만난 지 얼마 안 되었나 봐요? 어머, 얼굴 빨개지네…… 진짠가 봐. 이봐요 처녀, 총각. 그렇게 쑥스러워 해서야 되겠어요? 이 사람들 두 사람을 놀리는 재미에 쏙 빠져 있다. 가뜩이나 뜨거워 땀나는데, 더 이상 견딜 수 없어 나오자, 등 뒤에서 다시 이런다. “거봐, 좀 적당히 놀리지, 그러니까 저렇게 도망가지.”라 한다.
나와서는 두 사람은 휴게실에 가 열을 식히려고 식혜를 주문하여 마신다. 무척이나 달게 느껴진다. 그리고 이내 약간의 침묵. 그녀는 이제 늦어져서 가야 한다고 말한다. 아쉽지만 그도 일어선다. 그런데 걸어가기에는 주차장까지 꽤나 된다. 데스크에 물어 보니 버스가 있단다. 약간 기다리다 버스를 탔다. 벌써 6시가 넘었다. 배가 고픈데 싶다. 주차장에 내려 그는 그녀에게 아까 커피 사신다 그런 것 같은데 대신에 밥 먹고 싶다고 하였다. 그녀는 그런 그에게 약속은 약속이니 피자로 대신하겠다고 하면서 처음 들어갔던 청암민속박물관 내 피자성 효인방으로 간다.
피자를 먹고 나니 7시가 넘는다. 김장흥 씨는 너무나도 아쉬움이 남을까 싶어 그녀에게 명함을 건넨다. 그러면서 하는 말, “혹시 아까 자동차에 부딪친 데가 이상 있으면 연락 주세요.”라 한다. 그러다 아차 싶다. 지금까지 언행으로 볼 때 그럴 리는 전혀 없을 것 같아서였다. 다시금 그는 말하였다. “전화 번호 좀 찍어주시겠어요?” 설마 했는데 그녀는 그에게 자신의 전화기를 들어 명함 속 전화번호를 누른다. 이내 그의 전화기가 진동한다. 그리고 뜨는 문자는 “고맙고 즐거웠습니다. 연락 주세요”라고 적혀 있다. 자신의 차로 구파발 역까지 데려다 준다. 굳이 집 근처까지 가겠다고 했지만 한사코 꺼려했다. 할 수 없다고 여긴 그는 그녀를 내려 주고는 다시 만날 수 있을지 아쉬움이 커졌다. 그러나 오늘은 여기까지였다.
운전하며 돌아오는 길, 차 안에서 다시금 핸드폰이 진동한다. 새해에 장흥에서 다시 보자는 문자가 보인다. 그는 금새 운전하면서 자신과 그녀, 그리고 귀여운 두 명의 아이들과 함께 장흥관광지를 찾아 아빠와 엄마가 처음 만난 때를 추억하는 장면을 상상한다. 즐겁다. 그 즐거움이 장흥관광지에서 시작된 것이다. 나의 이름, 그녀의 이름이 맺어준 것이라 여긴다. 마음 속 깊이 그 소망을 간직한다. 내년에는 장흥에서 그녀를 볼 수 있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