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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타데이터
항목 ID GC03300015
한자 -鄕愁-堤川-鄕土歌謠
영어의미역 Local Songs of Jecheon, the Past Evokes Strong Nostalgia
분야 문화·교육/문화·예술
유형 개념 용어/개념 용어(기획)
지역 충청북도 제천시
시대 현대/현대
집필자 백흥진

[개설]

충청북도 제천 지역을 기반으로 하여 고향에 대한 향수를 불러일으키는 향토 가요로 대표적인 노래가 「울고 넘는 박달재」이다. 1984년에 발표된 이 곡은 반야월이 노랫말을 쓰고 김교성이 음을 붙여 박재홍이 노래하였다. 이후 제천 지역 주민들뿐 아니라 타 지역 사람들도 제천하면 자연스레 이 노래를 떠올릴 정도로 「울고 넘는 박달재」는 전국적으로 유명해졌다. 이외에도 제천을 소재로 한 「월악산」은 1981년 이종학·백봉 작사, 백봉 작곡으로 발표되어 당시 인기 가수 주현미가 불러 유명해졌다. 또 1996년에는 송만배 작사, 백봉 작곡의 「제천 사나이」가 발표되었다. 2010년에는 방정현 작사, 김욱 작곡의 「의림지 사랑」이 발표되어 사랑을 받고 있다.

제천 지역을 소재로 한 향토 가요가 이렇듯 끊이지 않고 발표되는 것은 제천문화원에서 매년 개최하고 있는 ‘박달 가요제’의 공이 크다. 박달 가요제를 통해 제천을 소재로 한 향토 가요가 계속 불리며, 또 새로운 향토 가요를 만들어 나가고 있는 것이다.

[박달 도령과 금봉 낭자의 애틋함이 살아 있는 「울고 넘는 박달재」]

천등산 박달재를 울고 넘는 우리 임아/ 물항라 저고리가 궂은비에 젖는구려/ 왕거미 집을 짓는 고개마다 구비마다/ 울었소 소리쳤소 이 가슴이 터지도록/ 부엉이 우는 산골 나를 두고 가는 임아/ 돌아올 기약이나 성황님께 빌고 가소

도토리묵을 싸서 허리춤에 달아 주며/ 한사코 우는구나 박달재의 금봉이야/ 박달재 하늘고개 울고 넘는 눈물고개/ 돌부리 걷어차며 돌아서는 이별 길아/ 도라지꽃이 피는 고개마다 구비마다/ 금봉아 불러 보면 산울림만 외롭구나

천등산 박달재를 울고 넘는 우리 임아”로 시작되는 제천의 향토가요 「울고 넘는 박달재」는, 굽이 굽이진 박달재를 넘어가야 할 때면 제천 지역 사람이 아니라도 저절로 흥얼거리게 되는 노래이자 박달재에 얽힌 전설을 전국에 알리게 된 도화선이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노래의 가사가 품고 있는 그 구구절절한 사연은 기다림과 이별의 경험이 있는 사람이라면 시대를 초월하여 모두의 공감을 자아내기에 충분했던 것이다.

박달 도령과 금봉 낭자의 끝내 이루어지지 못한 사랑 이야기는 시대를 거슬러 조선 후기로 올라간다. 경상도의 젊은 선비 박달은 과거를 보기 위해 한양으로 가던 도중 지금의 제천시 백운면 평동리에서 하룻밤을 묵게 되었다. 마침 사립문을 들어서는 박달과 금봉의 눈길이 마주쳤고, 둘은 곧 사랑에 빠졌다. 그리고 서로 앞날을 약속하고, 박달은 과거를 위해 한양으로 올라갔다.

하지만 과거 시험에 떨어진 박달은 금봉을 찾아가지 못하고, 결국 금봉은 상사병으로 한을 품고 숨을 거두게 되었다. 이런 사실도 모르고 용기를 내어 금봉을 찾아 내려왔던 박달은 고개 아래서 금봉이 죽었다는 소식을 듣고는 땅을 치며 울었다. 울다 얼핏 고갯길을 쳐다본 박달은 금봉이 고갯마루를 향해 너울너울 춤을 추며 달려가는 모습을 보았다. 박달은 벌떡 일어나 금봉의 뒤를 좇아 금봉의 이름을 부르며 뛰어가 고갯마루에서 겨우 금봉을 잡을 수 있었다. 그리하여 와락 금봉을 끌어안았으나 천 길 낭떠러지기로 떨어져 버렸다. 이런 일이 있은 뒤부터 사람들은 박달이 죽은 고개를 박달재라 부르게 되었다고 한다.

지금은 터널이 개통돼 박달재를 쉽게 오갈 수 있지만 터널이 완공되기 전 제천 지역 주민들은 굽이굽이 이어진 박달재를 다녀야 했다. 전하는 바에 따르면, 옛날에는 박달재다릿재를 넘으려면 걸어서 며칠이 걸렸다고 한다. 또 고갯길이 워낙 험하고 가파른데다 박달나무 등이 우거져서, 친정이 그리워도 갈 수 없는 슬픔을 가진 새색시나, 여러 이야기가 얽힌 사연의 사람들에게는 눈물을 쏟게 만들던 대상이었기 때문에 ‘울고 넘는 박달재’가 되었다고 전한다. 이런 박달재는 말 그대로 일상생활 그 자체였으며, 그런 이유로 주민들은 친근하고 절실하게 가요 「울고 넘는 박달재」를 받아들일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박달재와 반야월]

「울고 넘는 박달재」를 이야기할 때는 작사가 반야월을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 반야월은 「울고 넘는 박달재」를 작사함으로써 제천 지역 주민들에게 특히 친근한 인물로 기억되고 있는데, 지난 2008년 10월에는 제천시로부터 명예 시민증을 수여받는 등 노래 하나로 제천 지역과 맺은 인연이 남다르다.

반야월은 본명이 박창오로, 1917년 경상남도 마산에서 태어났다. 그는 우리나라 대중 가요계의 1세대 가수이자 가요 작사가로 평가받고 있는데, 「울고 넘는 박달재」를 비롯해 「꽃마차」, 「산장의 여인」, 「단장의 미아리고개」, 「인생은 나그네」, 「아빠의 청춘」, 「남성 넘버 원」, 「열아홉 순정」, 「산유화」 등 창작 가요가 5천여 곡에 달할 정도로 왕성하게 활동하였다.

「울고 넘는 박달재」 노랫말 중에는 “도토리묵을 싸서 허리춤에 달아 주며 한사코 우는구나 박달재의 금봉이야”라는 대목이 나온다. 이 노랫말처럼 제천 지역에는 도토리 채묵밥을 판매하는 식당들이 여러 곳이 있다. 제천 지역을 방문했을 때 박달재를 생각하며 채묵밥 한 그릇을 먹어 봐도 각별한 생각이 들 것 같다. 현재 박달재에는 ‘울고 넘는 박달재 노래비’가 세워져 있다.

[「월악산」의 노랫말 속에 담긴 제천의 역사와 자연]

월악산 난간머리 희미한 저 달아/ 천년 사직 한이 서린 일천삼백리 너는 아느냐/ 아바마마 그리움을 마애불에 심어 놓고 떠나신 우리 임을/ 월악산아 월악산아 말 좀 해다오/ 그 임의 소식을

금강산 천리 먼 길 흘러가는 저 구름아/ 마의태자 덕주공주 한 많은 사연 너는 아느냐/ 하늘도 부끄러워 짚신에 삿갓 쓰고 걸어온 하늘재를/ 월악산아 월악산아 말 좀 해다오/ 그 임의 소식을

「월악산」의 노랫말 속에는 제천 지역의 역사와 아름다운 자연이 담겨 있다. 월악산 아래 덕산에서 유년 시절을 보낸 백봉이 작사·작곡한 「월악산」은 인기 가수 주현미가 불러 더욱 유명해졌다. 이 곡은 1981년에 주현미가 처음 부른 이후 20여 명의 가수가 각자의 방식으로 새로 불렀을 만큼 제천 지역을 대표하는 또 다른 곡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그 안에 담겨 있는 역사로의 여행을 출발해 본다.

신라 56대 경순왕왕건에게 왕권을 넘겨주자 마의태자덕주공주는 속세의 뜻을 접고 금강산으로 향하였다. 그리하여 문경새재를 넘어 월악산에 이르자 금강산에 온 기분에 젖어 머물던 마의태자는 미륵사의 불상이 되었고, 덕주공주는 마주 보이는 덕주사의 불상이 되었다고 한다. 나라를 잃고 먼 길을 떠났던 왕자와 공주의 한 많은 사연이 입에서 입으로 전해져 천 년이 지나 노래로 불리게 된 셈이다. 그건 아마도 월악산이 천 년의 긴 세월 제천을 지켜 왔기 때문일 텐데, 앞으로 천 년이 지나면 월악산은 또 어떤 노래를 만들어 낼지 사뭇 궁금해진다.

[제천을 노래하는 향토 가요들]

제천 지역을 노래하는 향토 가요들은 지금도 만들어지고 있다. 1996년에는 의병의 고장인 제천 사나이의 기질을 담은 「제천 사나이」가 발표되어 문장대의 3집 앨범 『가거라』에 수록되었다. 송만배 작사, 백봉 작곡의 「제천 사나이」는 제천 사나이의 기질이 용감무쌍하고 정의롭다고 노래하고 있다. 한편, 제천의 대표적인 명소인 의림지를 노래한 「의림지 사랑」은 2010년 발표된 방정현의 『들꽃향기』라는 앨범에 수록되어 있는데, 방정현이 작사하고 김욱이 작곡하였다.

「의림지 사랑」

황토길 따라 소나무 숲 걸어가면은/ 어느새 아내구름 허리 감고 내 마음 꽁꽁 묶네/ 발길이 머무는 곳 의림지 호수 하늘이 호수에 빠져 있네/ 코스모스 거닐던 길 흰 눈 내리면 빙어가 두리둥실/ 허야허야 역사의 제천 땅 솔향기 약초향기/ 어야허야 의림지 사랑

꼬부랑 좁은 새벽길을 걸어가면은/ 풀내음 싱그러운 호수가에 물안개 피어나네/ 사랑이 머무는 곳 의림지 호수/ 아카시아 꽃향기가 봄을 부르고 산새는 조잘조잘/ 허야허야 역사의 제천 땅 솔향기 약초향기/ 어야허야 의림지 사랑 어야허야 의림지 사랑

[제천을 노래하는 음반들]

2009년 제천시와 제천문화원에서는 『아이 러브 제천』이라는 음반을 제작하였다. 쉽게 듣고 따라 부를 수 있는 향토 가요를 통해 제천 지역 주민들이 지역에 대한 애향심과 자부심을 갖게 한다는 목적으로 제작한 것이다. 이렇듯 제천 지역의 특색 있는 풍경과 관광지 등을 소개하는 향토 가요는 지역 사람들뿐 아니라 타 지역 사람들로 하여금 제천에 대한 호기심을 자극할 수 있다.

한편, 사재를 털어 제천을 주제로 한 트로트 음반을 제작한 사람이 있다. 바로 박관희로, 그는 14곡의 트로트가 담긴 『청풍명월 아라리요』를 만들었다. 이 음반에는 제천 향토 가요의 대표곡인 「월악산」「제천 사나이」 등이 수록되어 있고, 박관희가 직접 작사한 「청풍명월 아라리요」·「제천 한번 와 보세요」, 「한이 내린 서울고개」·「치악산 연가」 등도 수록되어 있다. 박관희가 작사한 곡들은 대부분 제천 지역의 멋진 풍광을 소재로 한 것인데, 이중 「한이 내린 서울고개」는 제천시 동현동에서 전해 오는 「서울고개」의 전설을 토대로 만든 곡이다. 단종이 영월로 유배되어 가던 중, 지금의 남천동에 있는 고개에서 걸음을 멈추고 서울 쪽을 바라보며 서운하다는 말을 한 후 남천동 고개가 서울고개로 불렸다는 전설에서 착안해 작사를 했다고 한다.

[끊이지 않고 불리는 향토 가요들]

삶의 터전을 노래한다는 것은 그 안에 살고 있는 자신의 삶을 노래하는 것과 다를 바 없다. 천 년 전의 역사를 노래하면서 같은 곳에 살고 있음을 느끼고, 500년 전의 역사를 노래하면서 당시의 삶이 지금과 다르지 않음을 생각한다. 그래서 제천의 향토 가요들은 이 지역에 살고 있는 제천 사람들의 입을 통해 소리가 되어 나온다. 제천의 시장에서, 월악산 아래 고랑을 파는 할머니에게서, 운전을 하는 제천 사나이를 통해서 작지만 끊이지 않고 불린다. 또 때때로 가요제 등에서 마이크를 통해 큰 소리로 향토 가요가 울려 퍼지는 것이다.

[참고문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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